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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잡학

괌 여행 3일차 - 드디어 괌 남부 투어

by iamjabez 2025. 2. 23.

 

드디어 이틀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아침 식사를 하기 전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둔 렌터카가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에 응답이 없었다. 다시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카톡을 들여다봤더니 아뿔싸! 그 렌터카 회사에서 확인차 보낸 메시지에 내가 답장을 하지 않았던 것을 발견했다.

자동 취소! 일 났다!

나는 얼른 다른 렌터카 회사를 알아보았다. 다행히 조은렌터카에 쓸만한 차가 있었다. 가격도 적정 수준이었다..

친절한 여사장님이 직접 호텔로 차를 가져다주어 계획대로 괌 남부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괌 남부 투어는 그저 그랬다. 나무며 산이며 숲이 이국적이라는 것을 빼면 볼 것도 별로 없었다

 

 

아무튼 새빨간 미쓰비시 아웃랜더를 몰고 출발!

하늘을 더할 나위 없이 쾌청했고 차 보닛에 계란 프라이를 해도 될 정도로 날씨는 뜨거웠다.

그런데 괌의 도로가 엉망이다. 한국에서 곱게 포장된 아스팔트만 경험하다가 실제로 괌의 도로를 달려보니 비포장보다는 낫지만 군데군데 도로가 파여 엄청 덜컹거렸다.

운전 똑바로 해!”

아내가 투덜거렸다.

천천히 가는 거야. 봐 시속 40마일도 안돼. 도로가 그지 같아!”

차가 덜컹거리니 딸이 뒷자리에서 핸드폰을 볼 수가 없어서 그 점은 좋았다.

 

1. 아산 비치 아침부터 감성 충만

첫 번째 목적지는 아산 비치(Asan Beach).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군이 상륙했던 역사적인 해변이지만, 지금은 평화롭고 고요한 모습이었다.

차를 주차하고 바닷가로 걸어갔다. 바닷물은 맑고 잔잔했으며, 백사장 위로 야자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괌의 원주민으로 보이는 한 가족이 바다에서 놀고 있었고 너무도 한적한 비치였다.

! 여기서 놀면 좋겠다.”

아내가 물속에서 놀고 있는 한 가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넓은 비치에 오직 한 가족만 놀고 있었다.

 

2. 세티만 전망대 괌을 한눈에 담다

 

아산 비치를 떠나 도착한 곳은 세티만 전망대(Setti Bay Overlook). 이곳은 괌 남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로 유명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옅은 해무가 바다 위를 살짝 덮고 있었고, 멀리 남부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와이건 진짜 그림 같다.”

잠시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오직 풀벌레 소리와 지나가는 작은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너무도 평화로웠다. 하루 종일 바라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조용하고 평화로운 순간을 방해한 것은 모기였다. 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3. 마젤란 기념비 찍고 필리핀으로

다음에 들린 곳은 마젤란 기념비(Magellan Monument). 세계를 최초로 일주했던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1521년 괌에 도착한 것을 기념하는 장소다.

그런데... 사실 마젤란은 괌에 제대로 머물지도 않았다.

그는 필리핀으로 가다가 괌에서 잠시 배를 멈추고 물과 식량을 보충한 후 떠났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기념비가 조금 허무해 보였다.

"이건 마치과제하러 도서관에 가서 자리만 잡아놓고 피시방에 간 내 동생?"

하루빨리 필리핀에 가는 것이 목적이라 괌은 하찮았을 것이다.

그래도 기념비 앞에서 인증숏은 남겼다. 마젤란이 머물렀든 말든, 내가 이곳에 왔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4. 우마탁 다리 그냥 다리

다음은 우마탁 마을에 위치한 우마탁 다리(Umatac Bridge). 사실 이 다리는 별다른 기능이 없다. 원래는 강을 건너기 위한 다리였겠지만, 지금은 그냥남아 있는 랜드마크일 뿐이다.

나는 차를 세우고 다리 위를 걸어보았다. 만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한적하고 조용했다.

 

5. 메리조 북적북적한 항구

 

우마탁을 떠나 도착한 곳은 메리조(Merizo).

이곳은 괌 여행에서 돌핀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출발하는 장소다. 항구 옆에는 여행사의 버스들이 줄지어 주차하고 있고 다른 차들도 많아서 도저히 주차할 곳이 없었다. 배도 고팠지만 항구 옆 식당에는 복잡해서 들어가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신 메리조 종탑이 있는 곳에 빈 곳을 발견하고 거기에 차를 세웠다.

메리조 종탑(Merizo Bell Tower)은 유서 깊은 종탑이다. 1910년대에 지어진 이 종탑은 괌의 스페인 식민지 시대 이후 남겨진 몇 안 되는 역사적 구조물 중 하나로, 과거 이 지역의 중요한 역할을 했던 유적이다.

근처에는 작은 성당도 있고 공원도 있어 잠깐 쉬어가기도 좋은 곳이었다.

 

6. 아니라한 자연수영장 화장실은 더럽고 냄새나고 사람은 북적거리고

사실 오늘 주된 목적은 이나라한 자연 수영장이었다. 이곳에서 스노클링을 할 생각이었는데 도착한 순간....

주차장에는 차를 주차할 공간이 전혀 없었고 괌 남부투어에서 유일하게 있는 공중 화장실은 현지인들이 식사를 하면서 버린 음식물 찌꺼기 때문에 너무도 더러웠다.

수영장 근처에 있는 모든 쉼터에는 현지인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고 있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보다.

용암이 파도를 막고 있어 자연스럽게 생긴 수영장은 너무도 멋져 보였지만 내 딸이 수영하기에는 너무 깊고 위험해 보였다.

할 수 없이 다음에 괌에 오면 꼭 다시 와보기로 하고 떠났다.

 

 

 

7. Jeffs Pirates Cove 바가지 쓴 느낌

 

이나라한에서 아쉬움을 남긴 채 늦은 점심을 먹으러 유명하다는 Jeffs Pirates Cove 식당으로 향했다.

종업원이 안내해 주는 자리에 앉아 18달러짜리 치즈버거를 주문했다. 2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주변을 둘러보려고 일어섰다.

 

식당 바깥 바닷가에 사람들이 많이 있길래 가봤더니 원주민들이 체육대회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그중 정말 재미있었던 것은 허리에 끈으로 오이를 매달고 파란 그 오이로 레몬을 움직여서 반환점까지 다녀오는 경기였다.

일단 그 모습도 무엇인가를 연상시켜서 웃겼지만, 더 웃겼던 것은 참가자들이 너무 열정적으로 경기를 한 나머지 오이가 부러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는 사이 치즈버거가 나왔는데 너무 기대한 탓일까?

일단 빵과 고기가 너무 두꺼워 입에 넣을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따로 먹어야 했고 고기도 별로 맛이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 버거라고 하던데 내 개인적으로는 2만 5천원 (18달러) 정도의 돈을 주고 먹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것을 18달러나 주고 먹어야 하는 거야?”

아내가 투덜거렸다.

오늘 우리가 재수가 없는가 봐.”

 

8. 돌아가는 길 그리고 노을

호텔로 돌아가는 길, 노을이 멋지게 퍼지고 있었다. 어제와 그제는 비가 오락가락해서 노을이 별로였는데 하늘이 너무 환상적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바다가 불에 타고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마치 재수가 없었던 오늘을 보상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노을을 바라보며 아내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오래전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그날에도 이런 노을이 지고 있었다.

사랑해!”

이번에는 아내가 먼저 말했다.

 

-끝-